국가유산사랑
- 제목
- 본격적인 제강 산업의 문을 연 15톤 전기로
- 작성일
- 2015-02-11
- 작성자
- 국가유산청
- 조회수
- 3897
제강 산업의 본격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경제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철강재의 수요가 증가하였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동국제강은 철광석이 부족한 한국에서 고로에 의한 강재鋼材의 생산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1966년 말에 15톤 전기로를 도입하였다. 해방 이후 남한에서 가동 중인 전기로는 총 14기로 대부분 1~5톤의 소규모의 것이었다.
그러다 1961년 12월에 설립된 부산제철이 12톤 전기로를 가동하고, 1966년 4월 동국제강이 부산 용호동에 위치한, 건평 2,134평의 공장에 일본으로부터 장비를 들여와, 같은 해 10월 4일 국내 최초로 15톤 전기로에 불을 붙였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제강 산업이 본격화 되었다. 연간 생산능력이 6만 톤이었던 이 전기로는 현재 충북 음성에 위치한 철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전기로란 무엇인가?
전기로는 강(鋼, steel)을 얻기 위하여 고철(scrap)을 용해시키는 노爐를 말하는데, 용강鎔鋼의 성분을 조절하기 위하여 조업구를 통하여 Fe-Si, Fe-Mn 등을 장입한다. 가열 방식에 따라서 저항로, 아크로, 유도로, 전자빔로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아크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기로라고 하면 아크로(electric arcfurnace)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철박물관에 전시 중인 15톤 전기로도 아크로이다. 아크로는 흑연 전극과 고철 사이에 아크 방전을 일으켜 그 열로 고철을 용해시키는 방식의 노이다. 15톤 아크 전기로는 몸체 및 뚜껑, 회전 테이블, 천정 개폐 장치 및 전극 승강 장치, 그리고 작업대 및 축 기울기(tilting)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철광석과 코크스용 석탄의 채굴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고로高爐조업과는 달리 전기로 조업은 고철을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이 보존되고, CO2의 배출량도 고로 조업을 할 때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대용량인 고로에 비하여 중·소용량의 것이 대부분이다. 전기로 조업의 경우 고철에 포함되어 있는 Cu(구리), Sn(주석) 등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용해와 합금 기능이 중요한 합금강이나 형강, 철근 등을 주로 생산한다.
15톤 전기로의 의의
일본 오사카 소재 우라야마 주식회사에서 1963년에 제작된 15톤 전기로는 1966년부터 1980년까지 약 140만 톤의 강재를 생산하였다. 1년에 9만여 톤, 하루에 약 274톤의 철강을 생산하였다는 이야기인데, 매일 18회 이상 용강을 쏟아낸 것이 된다. 이는 경부선 철도를 60번이나 놓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
15톤 전기로는 1998년 1월 13일 철박물관에 이전되었다. 당시 비용상의 문제로 가동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생태보존은 하지 못하고 동태보존을 하게 되었다. 철박물관에는 전기로와 함께 제강 과정을 보여 주는 대형 파쇄추, 전기 마그네트 electric magnet, 슬래그 박스slag box, 레이들ladle, 후크hook, 턴디쉬tundish, 몰드 튜브mold tube 등이 일괄로 전시되어 있다.
철박물관에 전시 중인 15톤 전기로는 1960년대 전기로 제강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산업 자료로서 40~70톤의 전기로가 주를 이루는 1980년대 제강 산업의 성장기로의 교량 역할을 하였는데, 이 시대에 사용된 전기로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8월 27일 등록문화재 제556호로 지정되었다.
글 박종현 (철박물관 학예연구사)